Chez moi

일곱째 날 (2019.08.04.) 부다페스트 - 비엔나 본문

해외 여행/동유럽(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일곱째 날 (2019.08.04.) 부다페스트 - 비엔나

Cleman 2019. 9. 19. 15:05

아침 식사 전에 동네 사진을 찍겠다는 남편을 따라 호텔 주변 동네 산책에 나섰다.

오스트리아와는 달리 조금은 허름하고 정돈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길거리에 쓰레기도 좀 있고,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도 뭔가 지저분해 보였다. 그래피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반응한다고 한다. 부유한 나라에서 보여지는 그래피티는 예술적이고 멋지다고 하면서, 좀 가난한 나라의 그래피티에 대해서는 이렇게 지저분하게 낙서나 하니 못살지라는 심정으로 본다는 것이다.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나에게도 그런 편견이 잠재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앞 구멍가게에서 과자를 사보려고 했으나 유로화도 달러도 받지 않느다고 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구멍가게에 와서 1, 2천원짜리 사면서 달러를 내면 쉽게 받겠는가?  내 행동이 도리어 몰지각했던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사진에 몰두하는 초보 사진가의 모습이 지금 보니 재밌네 ..



쨍 하니 맑은 날, 첫 코스는 겔레르트 언덕.

12세기 이탈이아인 겔레르트가 헝가리에 기독교를 전파하려다 순교한 장소라고 한다.

해발 고도 235m의 언덕으로 이 곳이 다뉴브 강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과연 다뉴브강과 세체니다리, 그 너머 부다와 페스트지역까지 훤히 보이는 전망이 지난 밤에 본 것과는 또 다르게 멋있었다.


 


겔레르트 언덕 꼭대기에 있는 치타델라 요새.

1851년 헝가리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오스트리아가 헝가리인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요새로, 헝가리인들에게는 아픈 역사가 숨겨진 곳이다.

헝가리인들의 강제 노역으로 만들어진 요새가 헝가리인들을 감시했다니... 인간의 역사에서 힘 없는 자는 당할 수 밖에 없는 건지...

2차대전 후 소련군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자유의 여신상. 지금은 헝가리의 독립과 저유, 번영을 상징하는 여신상이라고 한다.

요새 벽에는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마차시 성당

왕들의 대관식과 결혼식이 열렸던 곳으로 고딕양식의 아름다운 성당이다.

88m 높이의 첨탑과 화려한 원색의 타일지붕이 특히 아름다웠다. 타일 지붕은 헝가리 도자기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헝가리의 헤렌드 도자기는 알고 있었지만 졸라이 도자기는 이번에 처음 알게되었다. 졸라이는 특히 우수한 타일(파이로 그레나이트 타일)을 개발하여 알려졌는데, 마차시 성당 뿐만아니라 국회의사당, 응용미술박물관, 지질학박물관 등 주요 건물들의 지붕이 졸라이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헝가리에서는 건물의 지붕을 눈여겨 봐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햇살 속에 반짝이는 타일 지붕은 정말 화려하고 멋졌다.





어부의 요새

마차시 성당 앞에 세워진 일종의 테라스이다. 네오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새하얀 요새로 고깔 모양의 뾰족한 흰색 지붕이 인상적인 곳이다.

7개의 고깔 모양 탑은 헝가리 땅에 처음 정착한 마자르의 일곱 부족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19세기 헝가리 전쟁 당시 왕궁을 지키턴 시민군이었던 어부들이 적의 침입을 방어하면서 어부의 요새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너무 아름다워 관광객들의 사진 경쟁이 매우 심했다.





마차시성당에서 부다왕궁으로 가는 길

헝가리에서 유명한 붉은 파프리카와 예쁜 수예품 가게들이 눈길을 끌었다.




부다왕궁

몽골군과 오스만투르크의 습격, 헝가리 독립전쟁, 2차 세계대전 등 헝가리 수난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증인 같은 건축물이라고 한다. 현재는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왕궁 입구에는 헝가리 민족의 상징인 전설의 새 '투룰'의 청동상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고 서 있다.




부다왕궁 앞쪽에 있는 대통령궁 앞의 근위병 이 더위에 정~말 힘들겠다..

대통령궁과 총리 관저가 나란히 있는데, 외교만 맡고 있는 대통령보다 총리의 힘이 더 세다는 것을 관저의 크기로 가늠해볼 수 있었다. 




다시 국회의사당을 지나 세체니다리를 건너 페스트 지역으로~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큰 성당인 성 이슈트반 성당.

초대 국왕 이슈트반 1세가 카톨릭을 최초로 받아들여 수호 성인으로 추대되었고, 그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성당이란다.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멋스러운 성당이었고 성당 앞 광장은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샵들로 구경거리가 많았다.  

기념품샵에서 예쁜 수예품과 마그넷을 사고, 이 곳에서 유명하다는 젤라또가게에서 장미모양의 젤라또를 먹으며 여유있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 식사는 1층은 와인샵이고, 지하에 동굴 속 처럼 꾸며진 제법 분위기 있는 곳에서 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흥겨운 바이올린 연주가 귀를 자극했다. 집시들이 손님들을 위해 연주를 해주고 팁을 받았다. 한국인들을 위해 '백만송이 장미'같은 익숙한 음악들도 연주해주며 흥을 돋구었는데, 그것도 너무 지나치니 귀가 아팠고 노골적으로 팁을 요구하듯이 다가오니 부담스러웠다.

메뉴는 굴라쉬와 칠면조스테이크.

굴라쉬는 전통 헝가리 음식으로 일종의 소고기 채소 스프로 먹을만 했다. 칠면조스테이크는 입에 달게 먹히지는 않았다.


 




         


소박하지만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는 헝가리를 뒤로 하고 다시 비엔나로 향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비스켓과 함께 커피 한잔 하는데, 과자 값이 5천원 쯤 하는게 물가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전에 묵었던 호텔에 다시 여장을 풀고, 오랜만에 한식으로 일찌감치 저녁 식사를 했다. 예전엔 유럽에서 한식을 먹으면 값만 비싸고 맛은 현지식보다도 못했는데 이젠 제법 깔끔한 맛을 내는 것 같았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오스트리아 서민들을 위해 시에서 운영하는 임대아파트 인데, 뛰어난 건축가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으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스페인의 안토니오 가우디와 비견되는 훈데르트바서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주창해 온 건축가이자 생태운동가이다. 다채로운 색과 각기 다른 모양의 창문들, 둥글둥글한 디자인과 조형물 같은 기둥, 모자이크 벽 장식, 그리고 식물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 같았다. 실제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고 하는데 자꾸만 둘러보게 되니, 거주자들에겐 얼마나 민폐가 될까?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 건물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대미는 로얄 오케스트라의 음악회 관람

모차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베토벤 등의 우리 귀에 익숙한 음악들이 연주되고 성악과 발레 공연까지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맨 앞에서 두번째 줄에 앉으니 연주자들의 연주 모습과 성악가와  무용수들의 표정까지도 눈에 들어와 정말 흥겨웠다. 앵콜을 요청하는 남편의 적극적 호응에 그들도 무척 기분 좋아 보였다.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고, 딸내미가 지난 번 비엔나 여행에서 이 음악회를 못보았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깝게 느껴졌다. 






숙소에 돌아와 남편과 호텔 바에서 맥주와 블랙커런트 주스를 마시며 여행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