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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z moi

낡아버린 앞 치마를 그냥 버리는게 아까워 깨끗한 부분을 오려 내어 티팟 매트를 만들었다. 안에 솜을 좀 넣어주고 가장자리에 빙 돌려서 간단한 자수를 놓아주었더니, 폭신한 매트 완성!! 스파이더웹 로즈 스티치, 레이지데이지 스티치, 프렌치 넛 스티치, 페더 스티치, 버튼홀 스티치.. 이런 것을 간단하다고 하니 내 자수 실력도 꽤 늘었다^^ 이 번엔 플라이 스티치, 피쉬본 스티치, 아우트라인 스티치 등을 활용한 다른 디자인의 매트 하나 더!! 바탕 천이 주황색이 아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천이 톡톡하여 편하게 잘 쓸 것 같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댁 안방에는 벽면의 반은 가릴만한 크기의 가리개가 걸려 있었다. 벽에 걸어놓은 옷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 가리개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의 수가 놓여 있었는데, 우리 엄마가 흰색 광목천에 수를 놓았던 것이다. 디자인이며 색감이며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어린 맘에도 그 가리개가 참 예뻤던 것 같다. 엄마가 계속 수를 놓았다면 지금쯤 명인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아무튼 내 유년기에 미적 정서를 일깨우던 것 중에 하나다. 다용도실의 작은 펜트리가 오픈되어 있는 게 거슬렸는데, 마침 그것을 가릴만한 크기의 린넨 천을 발견했다. 그래서 가리개 만들기에 도전!! 프랑스 자수 책에 나온 도안을 옮겨 그린 후 스티치 방법은 책을 봐가며 완성했다. 옷걸이를 펼쳐 만든 봉에다 가리개를 끼워 주고..

내 가방만 수를 놓는 게 미안해 딸내미 가방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이번엔 까만 가방. 이미 에코백을 수 놓은 후라 자신있게 도안을 골라보라고 호기롭게 말했는데, 실과 바늘 외에 아무런 도구도 없는 내가 까만 가방에 도전한다는 건 만용이었다. 파란 수성펜으론 도무지 도안을 그릴 수가 없지 않은가! 아니, 그릴 수 없다긴 보단 그려 놓은 도안이 보이질 않는다 ㅜㅜ 하는 수 없이 첫 땀의 위치를 잘 잡은 다음 거기에서 한 땀 한 땀 나아갔다. 소박한 우리 딸이 선택한 조그만 여뀌 수가 놓인 가방. 완성하느라 힘들었지만 프랑스 자수는 해 놓고 나면 다 예쁘다. 그래서 자꾸 하고 싶어지나 보다.

황마 에코백 반제품. 가방 자체가 너무 예뻐서 무턱대고 샀다. 수를 놓으면 얼마나 고급질까 꿈을 꾸며... 올이 성글고 거칠어 수 놓기에는 고난이도였던 것을 전혀 몰랐다. 게다가 도구라고는 프랑스 자수책 살때 사은품으로 준 빨간 먹지와 수성펜 밖에 없어 도안을 그리느라 애 먹었다. 도안이 잘 보이지도 않고ㅠㅠ 그래도 귀여운 채송화를 수 놓고 나니 너무 마음에 든다. 남편도 엄지 척.. 어떤 위트있는 동료는 한 땀 한 땀, 에르메스 장인의 솜씨라고 추켜세우고, 또 어떤 이는 자기가 판로를 개척할 테니 사업해보자고 농담한다 ㅎㅎ 예쁘게 만들고 자랑하는 이 맛에 하는 거지 ㅎㅎ 그리 크지 않은 가방이지만 플렉서블 해서 생각보다 물건이 많이 들어간다. 여름 날을 함께 한 가방이다.

걷기도 전에 뛰어 보고 싶어 큼지막한 에코백에 수 놓기 도전! 꽃자수 책에 나와있는 야리야리한 아메리칸 블루가 맘에 든다~ 가만 보면 내가 푸른 계통의 꽃을 좋아하나 보다. 수레국화나 도라지꽃, 제비꽃, 쑥부쟁이... 이런 꽃들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아우트라인, 블랭킷, 스트레이트, 프렌치 넛, 플랫 스티치... 생전 처음해보는 도전이지만 할 만했다. 옥스퍼드 천이 어느 정도 단단함이 있어 수틀 없이도 수를 놓을 수 있었다. 뒷 면에는 씀바귀꽃과 이니셜을 새겼다. 해 놓고 보니 다 예뻐서 앞, 뒤 구분 없이 사용했다. 가방이 큼직하고 프랑스 자수로 인해 고급스러워져서 어느 명품백 부럽지 않네 ㅎㅎ 도시락까지 넣어 갖고 정말 잘 들고 다녔다.

세월은 쏜 화살 같다더니 딸내미가 내 둥지를 떠날 때가 되었다. 프랑스 자수를 접한 순간 딸내미에게 예쁜 에이프런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고생 고생 살림하지 말고 예쁘고 우아하게 살라고^^ 사실은 딸 거 하나, 사위 거 하나, 각자의 이니셜을 새겨서 ㅎㅎ 그런데 우선은 딸내미 거로 두 개를 만들기로 결정. 사돈댁에서 아들내미 앞치마까지 만들어줬다고 불편해 할까봐 ㅎㅎ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프랑스 자수를 책을 보고 무모하게 도전해 수 없이 뜯었다 다시 하고, 또 다시 하고... 그래도 멋진 작품이 되었네^^

COVID-19로 마스크가 일상이 된 때 어느 선생님의 예쁜 마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귀여운 수가 놓여진 면 마스크 예쁜 걸 좋아하는 나는 그 마스크가 만들고 싶어졌다. 선생님께 부탁해서 마스크를 재단해 바느질하고 프랑스 자수로 수를 놓는 법을 배웠다. 프랑스 자수를 배워 보니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그 자수가 아니던가! 아우트라인 스티치니, 레이지데이지 스티치니... 오래 전에 십자수를 즐겨 했던 나는 프랑스 자수에 매료되었다. 새로운 취미의 발견이다~~
섬 - 정현종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일몰이 화려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따스하게 잦아드는 저녁 느낌이 좋았다. 멀리 까지 빠져나갔던 물이 순식간에 눈 앞에 다가왔을 땐 깜짝 놀랐다. 조용히 밀려들어온 서해 바다와 그렇게 마주 섰다. 구름 속으로 자꾸만 숨는 해..
사진작가 진동선의 '사진가의 여행법'을 읽고 놓치고 싶지 않은 말이 있어 옮겨 본다. - 여행은 늘 돌아오기 위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사진은 되돌아보기 위해 존재한다. - 우리가 즐거이 여행의 일탈을 꿈 꾸는 것은 여행 후에 돌아올 안식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돌아올 곳이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