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z moi
저녁에 본문
온 종일 지쳐있던 정신을
멍한 허공 속에 던져놓고
그 만큼이나 멍하게
차창 밖을 산책한다.
회색 빛 5층 건물에 걸려있는
빨간 정열
그 이글거림이
가슴까지 와 닿을 것만 같다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그 빨간 일렁임이
도시의 저녁 위에
무엇인가를 퍼붓고 있다.
잔뜩 구름을 머금은 하늘을
귤 빛의 신비로운 행렬이
황홀하게도
채색하고 있다.
잿 빛 공간 속에 펼쳐진
한 폭의 유화를 보며
알 수 없는 행복감이
벅차오른다.
함뿍 만끽하고 싶은 것을 위해
정신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작은 탄성에
어린 아이 같이 천진스런 아량은
물 빛 행복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