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z moi
당신이 옳다 본문
이 책을 읽으며 그 동안 내가 선의의 이름으로 수없이 자행해온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교사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나는 항상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자 했던 것 같고, 그것은 주로 충조평판의 형태로 발현되었던 것 같다. 공감이 배제된 충조평판이 오히려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내가 주었던 상처와 내가 받았던 상처에 대한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
'엄만 항상 자기만 옳다고 해.', '누가 선생 아니랄까봐..' 와 같은 말에 나의 진의를 몰라준다고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공감을 표현하는데 서툴렀던 나에게서 그들은 마음에 상처를 받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었던 시어머니께 속 썩이던 어떤 학생에 대해 얘기했더니 단번에 '아이들한테 잘해줘라'라는 충고를 하셨는데, 그 때 마음이 서늘해지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내가 잘 못해줘서 학생이 속썩인다고 생각하시나 하는 억지스런 마음이 들었다. 늘 교과서 같이 바른 생활을 하셨던 어머니께 별로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바로 이런 공감 부족의 충조평판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 또한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건 아닌지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그래서 모든 감정은 옳다' 라는 말을 되새기게 된다. 우린 보통 감정 보다는 드러난 행동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곤 하는데, 감정이 옳다라는 전제로 공감해주어야 한다는 거다. 물론 감정이 옳다고 행동이 옳은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을 가정해 놓고 생각해 보니 전적으로 맞는 말인 것 같다. 감정에 공감을 받았을 때 행동은 자연스레 절제될 수 있을 것 같다.
온전히 '존재' 자체에 집중하여 '지금 네 마음은 어떠니?'라고 물어보는 것.
쉽지 않고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정말 절박한 순간의 심리적 CPR인 만큼, 또 한 존재를 오롯이 꽃 피우게 하는 힘인 만큼 공감하는 삶을 위해 노력해야 겠다.
정혜신 / 해냄
'독서 > lec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0) | 2019.11.11 |
---|---|
경청 (0) | 2019.11.11 |
여행의 이유 (0) | 2019.10.02 |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 (0) | 2015.02.02 |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Du bon usage de la lenteur) (0) | 2015.02.02 |